21세기 한의학의 발전을 위하여    


Ⅰ. 머리말 
우리의 한의학은 수 천년동안 국민과 함께 하는 민족의학으로서 훌륭한 역할을 다해 왔습니다.  국민과 함께 하는 한의학의 모습은 지금도 일생 생활의 용어속에서 그 자취를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으며, 이는 그만큼 국민보건에 지대한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서양의학이 도입된 이래 현재 우리 한의학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주로 보약과 같은 예방의학적 측면만이 부각되고, 몇몇 근골격계 질환의 보존적 치료에 국한된 치료영역 만을 담보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근래에 전세계적으로 불어닥친 동양사상의 유행과 현대의학의 한계성으로 한의학 아니 엄밀히 말해서 대체의학이 점점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조를 단순히 뒤따라가는 모습이 아닌 21세기 의학의 한 축으로서의 모습을 갖추어서 서양의학과 동등한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리라 생각됩니다. 

이제 본인은 21세기 한의학의 발전을 위하여 몇 가지 노력해야 할 방향에 대한 생각을 이 자리를 빌어 여러분과 함께 하고자 합니다.


Ⅱ. 본 론 

1. 디지털 시대의 한의학
  변화의 물결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우리 의료계도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맞이하는 21세기 디지털시대는 우리에게 가만히 앉아서 환자를 맞이하는 시대는 지났음을 알려주고 있는 것입니다. 

의료의 질이 아주 월등하든지, 의료인을 포함한 모든 직원들의 친절이 감동적이든지, 고급의 의료정보를 제공하여 만족을 주든지 아니면 하다못해 주차공간 등의 편의 시설이 좋아서 찾아가기가 편리하든지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의원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모두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도 성장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디지털시대는 환자나 그 가족들이 얼마든지 양질의 의료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의료관련 인터넷 웹사이트에서는 각종 의료정보를 제공하고, 조만간 원격 화상진료는 물론 원격 수술까지도 이루어 질 것입니이다. 

한방 병의원과 환자간의 힘의 주체가 바뀌어 힘이 세어진 환자들이 병원선택권을 향유하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시대에 병원문턱을 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면 인내심없는 N세대(Net generation) 환자들은 문턱이 낮은 의료기관을 찾아 갈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한가지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향후 21세기 미래의 고객인 N세대의 특성에 대해서입니다.  지금의 N세대들이 병원의 주고객이 될 때에는 이들의 기호와 특성 및 변화의 추이를 알아야 그들이 찾고 싶은 의료기관으로 변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직접 만나서 즐기는 것보다는 네트웍을 통한 간접적인 만남을 좋아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이들은 할 수만 있다면 병의원에 굳이 가지 않아도 네트웍의 온라인(On-line)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인터넷을 통해서 해결하고 싶어하고 따라서 병원 인터넷 웹사이트(Website)도 서핑(Surfing)하기 편한 곳을 선호합니다.  이것은 곧 잘 네트웍화된 것이 그들을 유인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바뀌어 가는 디지털 시대에 잘 적응하는 한방 병의원만이 우리 한방계 자체내의 경쟁뿐만 아니라 전 의료계의 무한 경쟁에서 앞서나가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2. 한방이 담당하는 치료영역의 확대
  요즈음 한의원에 찾아오는 환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주로 염좌, 허리 무릎 어깨 등의 관절질환, 중풍, 각종 소화기질환, 알레르기질환 등의 몇몇 질환과 보약을 찾는 환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심지어 한방병원에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안은 실정입니다. 

이렇듯 현재까지 예방의학적인 측면이 많이 부각되어있던 韓醫學에 대한 인식을 치료의학적인 측면을 확대시키는 학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傷寒論 이후로 발달된 급성 전염성 질환에 대한 한의학적 치료는 20세기에 들면서 서양의학의 급속한 발전에 의하여 그 자리를 내어주었습니다.

이런 연후에 韓醫學은 치료의학이라는 개념이 크게 퇴색하고 예방의학, 후유증 치료제로서의 의미만이 남아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된 것은 서양의학의 발전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한의학 내에서의 韓藥 製型의 不變, 醫療裝備의 未備, 內的인 學問的 發達의 退潮가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하겠습니다. 

20세기내에서 의학의 모든 것으로 여겨졌던 서양의학이 21세기를 맞이하는 이즈음엔 그 한계를 드러내고, 동양의학이 그 대체로 다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그것은 질병의 변화가 큰 이유가 되었지만, 서양의학 자체내의 한계가 나타난 것이라 할 것입니다.  그 보충적인 의미로 동양의학이 크게 대두되었지만, 21세기에는 서양의학이 해결할 수 없는 수많은 질병을 한의학이 담당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한의학이 치료의학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런 전환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많은 변화가 있어야겠지만, 제일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 임상의 기초가 되는 한의학 기초학문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학문적인 뒷받침을 받은 임상은 그 뿌리가 깊어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서양의학에 비하여 한의학의 과학적인 연구는 일천한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기초와 임상을 통틀어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학문적 이론의 뒷받침을 위해 한의학 질병체계의 표준화를 통하여 한의학의 우수성과 치료효과를 널리 알려 한의학이 하나의 치료의학으로 거듭나게 해야 할 것입니다.    


3. 노인의학에 대한 연구
  지난 수세기 동안 정부의 지속적인 경제개발 우선정책은 국민들의 소득수준 향상과 생활 환경 개선에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생활의 질적 변화는 국민들의 의료양태에 까지 영향을 미쳐 많은 변화를 초래했는데, 즉 급성, 전염성 질환의 급격한 감소추세와 함께 상대적으로 만성, 퇴행성 성인병 질환의 증가추세가 그것입니다. 

이전에 많았던 영양실조나 전염병, 기생충질환에 의한 사망률은 급속히 감소되었고 이에 따라 평균수명이 놀라울 정도로 연장되었습니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펴낸 '최근의 인구동향과 대응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65세 노인 인구는 2000년 337만명, 2010년 503만명, 2030년에는 1천16만명으로 급속하게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평균수명도 2010에는 남자 73세, 여자 81세로 선진국 수준에 도달한 뒤 2030년에는 남자 75세, 여자 83세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평균 수명율의 연장은 필시 과학과 의학의 발전에 비례해 선진국형을 따라 증가될 것이고 이에 따라 결국 인구의 정체문제, 노령인구의 증가문제들을 야기 시킬 것이 분명합니다. 

한편 노령인구의 증가는 또다시 필연적으로 성인병, 만성, 퇴행성 질환의 증가를 초래할 것은 물론입니다.  인구의 노령화 추세에 따라 이제 이 성인병, 노인병도 의학의 한 장르로 인정하고 새로운 학문연구 영역으로 정립 시켜야 한다는 것이 세계의학의 추세가 되고있습니다. 

미국, 영국, 소련, 일본 등 세계각국에서는 이미 2-30년 전부터 노인병 의학의 사회적 필요성에 부응하여 노인병 의학을 의학의 독특한 한 분야로 설정해 공식적인 연구기관을 설립해 노화원인의 규명등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선진국의 노화에 대한 최근의 연구 동향을 알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노화와 관련된 가장 알려진 학설은 프로그램설, 손장축적설(gamage accumulation aging theory)과 우리기설로 이에 대한 뒷받침하는 많은 연구가 이루어 지고 있는데, 실험도 유리기를 제거할 수 있는 물질에 대한 것을 주를 이루고 일부 이를 위한 약물이 개발되기도 했습니다. 현대의학이 이 유리기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이를 실험적으로 규명하고 파악할 수 있으며, 이 유리기의 변화에 따라 노화를 촉진하거나 억제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94년 미국 국립노화연구소에서는 과학과 의학의 발달, 생활풍습으로 인간의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으며, 2010년에 태어나는 아이들의 평균연령은 150세가 될 것이라고 발표하였습니다.  도한 최근 공개된 게놈프로젝트로 노화의 실체와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알게되어 새로운 장수시대가 예견되고 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가장 강력한 학설은 유전학에 근간한 노화를 촉진하거나 주관하는 '노화유전자'에 대한 연구입니다.

기존의 학설이 수명 프로그램설로 다분히 자연의 섭리로 이해되던 것이 DNA복제 오류설과 텔로미어(telomere) 이론 등의 등장으로 인간의 조작이나 의도에 의해 조정이나 수정이 가능하다는 전환점을 만들었습니다.  특히 텔로미어 이론은 98년 초에 발표된 신사고로 텔로미어 길이의 변화에 따라 노화의 진행이 달라짐을 입증한 이론으로 인위적인 조작에 의한 수명연장을 가능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부작용이나 다른 측면에서의 검토는 전혀 없었습니다. 

수명을 연장하고 노화를 억제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소식과 적당한 운동  및 산소흡입의 절제 등인데 이 분야에 대한 계속적인 연구가 흥미롭습니다.  적게 먹는 것은 양에 대한 총괄적인 틀이지 질에 대한 내용은 아닙니다.  따라서 음식의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는 거꾸로 최적의 음식환경을 만드는 것으로 분자학적인 접근이 이를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운동과 산소 흡입량의 변화는 서로 연관된 것이고 결국 체내에서의 유리산소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어 이레 대한 폭넓은 관찰이 요구됩니다.  현재 노화와 관련되어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거기에는 생명공학에 의한 항노화에 관련된 연구가 적극적으로 진행 중입니다. 따라서 인간의 건강유지와 질병퇴치에 기여한 동서의학은 21세기를 맞이하면서 큰 변화가 예상되는데 변화의 주체는 의학이 아니라 공학이 될 전망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분야의 역할은 긍정적인 요소와 유전자 조작이라는 인위적인 방법을 이용한 부작용도 예상되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한편, 우리 나라의 경우 아직도 국내에 본격적인 노화연구 센터 하나 설립되지 않고 있는 시점에 있는데, 정부의 향후 의료보건 부분 계획에 이 노인병 의학수요에 대한 확실한 대응책이 반드시 서야만 할 것입니다. 

의료수요의 적정관리와 효율적 공급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의료보건 정책의 근간이라면 이 노인병 의학의 정립 및 대응책은 정부가 반드시 우선 순위를 부여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 사료됩니다.  그런데 이렇듯 질병구조의 변화와 노령인구의 증가에 따라 새롭게 대두되는 노인의료에 대한 가장 효율적 대응책의 하나는 우리 나라의 전통의료 체계인 韓醫學의 적극적 육성 및 활용이라고 믿습니다.  현대의학이 생명을 위협하는 외적 침해 인자를 방어하고 제거하는데 주안점을 둔 치료체계인 데 반해 한의학은 인체의 내적 생명력을 배양하고 증진시키는데 치료 주안점을 두는 의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서양의학이 외과적, 급성, 전염성 질환 등에 능한 반면, 한의학은 내과적, 만성, 퇴행성 질환 등에 뛰어난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바입니다.  과거 한의학이 일반치료 의술을 전담하던 시절, 페스트와 콜레라, 천연두, 매독 등의 전염성 질환에 한의학이 속수무책일 때 세균학을 주무기로 한 서양의학이 큰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시대의 변천과 함께 감염성 질환대신 현대의학으로도 손을 쓰기 힘든 성인성, 만성, 퇴행성질환이 주종을 이루게되자 자연히 한계점을 갖는 현대의학은 차차 빛을 잃고 대신 국민들은 전신성 질환을 주치료 대상으로 삼는 한방의학의 한계점이 점차 드러나고 잃었던 한방의학의 권능을 되찾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추세입니다. 

한 예를 들어보면 한의학에서는 노화를 모든 만물이 陰陽五行의 生長化收藏 규율에 의해 변화하는 과정의 한 단계로 인식하고 있는데, 《素問》 上古天眞論에 "女子…七七任脈虛 太衝脈衰少 天癸竭…丈夫…八八 天癸竭 精少 腎臟衰 形體皆極…今五臟皆衰 筋骨解墮 天癸盡矣", 陰陽應象大論에 "年四十 而陰氣自反也 起居衰矣…年六十 陰　 氣大衰 九竅不利 下虛上實 涕泣俱出矣", 《千金翼方》에 "入年五十以上 陽氣日衰 損與日至"라고 하여 노화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으며 어떤 학자는 腎虛를 老衰의 중요원인이라고 하여 생명활동 및 노화현상이 腎의 기능과 관계가 있음을 나타내었습니다. 

한편, 한의학에서는 노화방지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養生法이 발달하였는데 양생을 養其生命으로 풀이하였습니다. 《靈樞》本神篇에는 養生法을 "故智者之養生也 必順四時而適寒暑 和喜怒而安居處 節陰陽而調剛柔 如是則僻邪不至 長生久視"라 하여 자연에 순응함을 강조하였습니다. 《素問》 上古天眞論에는 노화의 원인에 관하여 음주, 무절제한 성생활, 적합하지 않은 음식과 불규칙한 생활 및 과로라 하였습니다.  

 養生의 의미는 인체를 보호하여 생명현상을 건강하게 보존함으로서 건강, 무병, 延年, 益壽, 長生할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생명을 기른다는 것이 바로 養生의 근본으로 위에 설명한 《靈樞》 本神篇에 지혜로운 사람의 양생은 사계절에 순응하여 寒暑에 적합하게 하고 감정을 조화롭게 하고 거처를 편안하게 한다는 것은 한의학의 대표적인 養生設로 시대가 흐르면서 더욱 발달하였다. 이렇듯 한의학적 노화에 대한 접근이 소박하나마 보다 자연적이고 실질적일 수 있습니다.

   보건의료 당국은 이렇듯 국민들의 변모하는 의료수요 패턴에 주목하고 그 대응책을 세워야 하는데 이의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대응책이 한방의학의 활성화와 육성책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하지만 우리 한의계에도 이에 대한 적극적 대처가 있어야 하겠습니다.  한의사 제도 없는 이웃 일본이나, 혹은 중국수준과 비교할 때 뒤지고 있지나 않은지 냉철하게 성찰해야 하며, 아직도 한방의 고전적 이론에만 얽매어 과거 지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새로운 학문이론의 계발과 연구를 게을리 하고 있지나 않은지 냉정히 점검해 봐야 하는 것이 오늘 우리 한방 의료인들의 책임입니다.


   4. 암치료의 발전 방안 
인류의 건강, 특히 사회적으로 중요한 위치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년층 이상의 건강을 위협하는 암의 발생률은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어 매년 전세계적으로 암으로 인하여 사망하는 사람은 약 6백만명에 이르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4만명 정도의 새로운 암환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우리 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은 남자에서는 위암, 간암, 담도암 그리고 폐 및 기관지암이고 여자에서는 자궁경부암, 위암, 그리고 간 및 담도암의 순서로 호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암의 발생률이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는 것은 문명이 발달하고 산업화, 공업화됨에 따라 여러 종류의 발암물질에 폭로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암이 발생되는 노인 인구가 증가하기 때문이라 볼 수 있습니다. 

서양의학에서 암의 원인은 정확하게 발혀지지 못하였으나 데체로 약 90%는 환경인자(흡연, 음식물, 대기오염, 바이러스감염 등)에 의한 것이며, 내인(유전적 소인, 노화, 면역능, 호르몬, 대사 등)에 의한 것은 적습니다.  그 치료에 대한 방법으로 직접적인 수술요법외에 방사선요법과 알킬화제제, 항대사물질, 항생제, 호르몬제제 등의 화학요법이 사용되고 있으나 치료효과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항암제의 독성은 신체의 골수 및 면역계에 미치는 악영향이 심각합니다.  이에 자연스러운 한의학적 치료방법의 개발이 더욱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서양의학계에서는 '최후의 만찬'이라 불리는 암 게놈 프로젝트의 연구의 일환으로 모든 종류의 암세포 유전자를 단계별로 추출해 암세포의 근원적 유전적 비밀을 벗겨내는 방대한 작업을 추진중이다.  하지만 이의 실현이 결코 낙관적이지만은 않으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한의학계에서는 암에 대하여 임상에서는 단지 정확한 평가없이 개인적인 치료경험에만 그치고 있고, 학교에서는 종양의 한의학적 변증을 위한 체계화와 항암작용 및 면역반응에 대한 기본적인 실험들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미흡한 점이 많은 형편입니다.  이렇듯 암의 치료를 위한 한의학이 그 역할을 충실히 담당하기 위해서는 많은 난관이 놓여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난관을 뚫고 우선 해결해야할 사항을 몇가지 나누어 볼 수 있는데, 그 첫째는 진단기기의 활용을 통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효과의 검증이 필요하고, 둘째는 약제형의 다양화를 통하여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여야 합니다.

   1) 진단기기의 활용방안  
진단기기의 활용은 한방종양학 뿐만아니라 전체 한의학의 현대화.객관화를 위하여 꼭 필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열격 반위의 환자가 내원하였다고 합시다. 먼저 望.聞.問.切의 四診을 통하여 기본자료가 얻어지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기본 자료에 따라서 辨證이 이루어 지게되고 처방과 치료기간 및 예후를 결정하여 환자를 관리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膈.反胃의 증상이 나타나는 기질적인 이상이 있을 시 투약후 치료과정을 객관적으로 알아볼 수 있고 질환의 정도를 파악하여 예후 및 치료경과를 알아보기 위하여 첨단의료장비가 필요한 것입니다.

   또한, 이들 첨단의료기기들의 한의학적인 활용방법에 대한 연구도 함께 이루어 져야 합니다.  단순히 염증이나 종양 등의 기질적인 이상뿐만 아니라 한의학적인 辨證의 자료가 될 수 있도록 활용방안을 다양화하여 이들 데이타들을 객관적이고 표준화하여야 합니다.

예를 들자면 현재 한방병원 및 한의원에서 활용되고 있는 D.I.T.I(적외선 체열 진단기)는 서양의학에서는 경.요추간판탈출증, 안면신경마비 등 말초의 신경병변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질환에서 사지 말단과 안면의 좌.우의 체열온도를 비교하여 진단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한의학에서는 좌우의 체열온도를 단순히 비교하는 것 뿐만 아니라 흉부, 복부 등의 체열의 상하 비교를 통하여 한의학의 고유개념인 寒.熱의 차이를 파악하여 내과질환의 辨證에 활용하는 시도가 이루어 지고 있습니다. 
 
현재 보사정책은 한의학의 의료기기 사용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와서 맥진기, 양도락 등의 사용은 보험수가의 적용으로 활성화 되고 있지만 기질적 이상의 유무를 파악하기 위하여 필요한 MRI, CT, 초음파 등의 의료기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규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질병을 파악하고 치료후 경과를 관찰하기 위하여 이들 의료기기들이 한의사에게도 사용이 허용되어야 합니다.   이를 수용하기 위하여 전국의 한의과대학에서는 이들 첨단의료기기의 활용을 위한 교육이 적극적으로 이루어 져야하며, 이들 기기의 한의학적 적용의 방법론도 적극적으로 연구되어져야 합니다.


    2) 약제형 및 치료의 다양화  
종양환자의 치료를 위하여 현재 시도되고 있는 방법은 주로 탕전액이나 액기스산제의 경구투여가 주로 이루어 지고 있으며, 부분적으로 약침요법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완고한 종양환자의 치료를 위하여 한약제의 유효성분을 극대화시켜야 하며, 식도암, 위암 및 간암 등의 소화기암 환자에서 자주 나타나는 오심, 구토증 등으로 경구투여가 불가능할 경우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투여방법의 개발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를 위하여 한약제의 주사제 개발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약침의 피하 및 근육내 주입뿐만 아니라 정맥내 주입이나 내부장기내로의 직접주입을 위하여 과학적인 실험을 거쳐 임상적용이 이루어 져야합니다.    

또한 현재 암치료의 방법에 있어서도 다양화하여 서양의학과의 상호협조적인 측면의 개발도 함께 고려되어져야 합니다. 서양의학의 수술요법과 더불어 회복기의 補氣法, 祛瘀法 등을 활용하여 환자의 회복 및 암세포의 전이를 억제하고, 화학요법이나 방사선요법을 받는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면역기능의 저하와 구토, 현기증, 체중감소, 백혈구감소 등 각종 부작용을 한약제의 병용투여로서 현저히 개선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약제형 및 치료의 다양화를 위해서는 학계와 연구기관 및 제약업체의 종합적인 공동 연구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법적 제도적 장치의 마련과 함께 우리 한의계가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할 부분인 것입니다.


   5. 한약제 유통 구조의 개선 
한약재의 유통이나 품질관리도 사각지대에 방치된 채 의약품으로서의 한약관리 정책도 전무한 실정입니다.  韓藥과 생약간의 개념정리도 명확치 않고 한약과 농수산물과의 한계 또한 애매모호 하여 관장부서도 농수산부와 보건복지부로 2원화 돼있어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한약관리에 맹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약재의 수급조절에도 문제는 나타나 때때로 물량 부족으로 가격이 폭등되거나 품귀현상까지 발생하는가 하면 저질, 가짜 한약재의 범람 등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약수급 조절을 지도할 만한 행정기구나 단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원료의약품인 한약재 품질의 하락이 일선 한방 병의원에 가져다주는 영향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한약재의 가격 상승으로 한약재의 질이 떨어질 우려도 있습니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저질 수입한약재가 국산한약재와 섞여 거래되는 불법이 있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수

입금지제도와 규격화제도가 존재하고 있지만 관리가 부실하고 국산 한약재의 경우 자가포장이 가능하고 한약재가 한약재가 아닌 식품원료로 수입이 가능한 실정에서 중간과정에서 국산 한약재와 혼합돼 국산으로 판매될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될 경우 한의사는 저질의 수입 한약재를 비싼 가격으로 산 꼴이 되고, 농민은 산지 시세보다 싼 소비자 가격으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되는 것입니다.  국내의 한약재 관리 실태는 中國과는 수준의 차이가 있지만 지금이라도 21세기 생명자원산업을 뒷바침할 천연자원산업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입니다.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원료의약품인 한약재가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국산 한약재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생산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국내 한약재 재배 현황의 관측과 해외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정부내 전담기구가 필요합니다. 

中國의 경우 자국의 한약재를 보호 육성하기 위하여 국내에서 시행하고 있는 휴식년제와 유사한 일정지역에서 한약재의 자연 채취를 금하고 있고, 최근에는 유전자 조작을 통하여 1대에서만 생장이 가능한 종자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도가 성공할 경우 中國은 한약재 종자만을 판매해 막대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것입니다. 

한방 천연의료자원은 같은 종이라도 채취시기나 부위에 따라 함량과 성분이 다르고, 산지와 가공방법도 효능에 커다란 영향을 끼칩니다.  그래서 중국은 농민이 자유롭게 중약재를 재배하는데서 벗어나 국가 차원에서 중약 재배기지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 개의 기지는 최저 8만편, 최대 20만평 규모를 자랑하며 20여기지가 조성될 예정입니다. 그렇게 조성한 약재기지는 각 지역의 소규모 농장에서 재배한 것보다 품질이 뛰어납니다.

예로부터 탁월한 甘草 산지로 알려진 내몽골 神農本草公司는 甘草基地를, 麻黃으로 이름난 염화자치구는 麻黃기지를 운영합니다.  즉 藥草 재배의 최적의 환경에 재배기지를 조성하여 최상의 한약재를 생산한다는 것입니다.  대단지에서 약초를 재배하는 것은 식물자원의 무분별한 남벌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中國의 표준화한 약재는 中醫學의 現代化로 이어집니다. 우선 藥材의 유효성분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이를 기초로 신약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한약의 조성이 표준화되어 이를 토대로 한 신약이 표준화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일단 한약재의 유통구조와 생산의 안정이 이루어지고 표준화가 이루어 진 다음에 韓藥의 제형의 변화와 이를 통한 신약의 개발이 필수적입니다.


   Ⅲ. 맺음말
  21세기 한의학의 발전 방향에 대하여 몇가지 사항을 짚어보았습니다.  디지털 정보화 시대에 걸맞는 변화, 실질적인 한의학의 치료영역의 확대, 암 및 노화에 대한 연구방향, 한약제 유통의 문제점 및 개선 방안 등 실로 중차대한 현안이 산적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나름대로 과학적 연구를 토대로 하나하나 접근해나가야 하겠습니다.  하지만 무었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한의신문 기고문)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위장소화내과/구강병클리닉 http://www.oridoc.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