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약과 예방

 

의학에서 예방(豫防)은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미리 방비하는 것이다.  그러면 한의학에서의 예방은 어떤 의의가 있을까?

한의학에서의 예방의 주안점은 질병보다는 사람 자체에 있다.  즉, 정기(正氣)의 배양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다.  정기란 장부 경락 계통으로부터 발휘되는 기능 활동과 항병 능력(抗病能力)을 말한다.  따라서,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기를 배양해야 하는 것이며, 이와 같은 논리는 발병 중의 치료상에서도, 치료 후의 조섭(調攝)이나 재활 과정에서도 일관되는 원칙이다.

그러면 건강할 때에 정기를 배양하여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살펴보자.  먼저 정신을 수양해야 한다.  사람의 정신 상태와 질병의 발생은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정신이 과도한 자극을 받게 되면 인체의 정상적인 활동이 영향을 받아 질병이 생기게 된다.

또한, 사계절의 기후 변화에 따른 인체의 적절한 적응이 중요하다.  이것은 단순히 환절기에 몸조심하면 감기에 안 걸린다는 좁은 의미가 아니다.  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물은 대자연의 변화에 생체적 리듬을 맞추어 살아가고 있다.

생물이 주기적 리듬을 보이는 것은 이것이 대자연의 진리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 리듬에 역행할 경우 잘못하면 생명체가 소멸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사람에게 특히 중요한 것은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것은 생물적 측면에서의 음식에 관한 것과, 사회적 측면에서의 기거(寄居)에 관련된 것이다.  앞의 것이 정적(靜的)인 예방이라면, 적극적인 예방으로는 운동을 통한 몸의 단련, 정기의 허점 보완 유지 및 위생에 관련된 것들이 있다.

다음은 질병에 걸렸을 때 정기의 배양을 통한 치료상의 예방에 대하여 알아보자.

치료상의 예방이란 곧 병의 진행을 막아 증상의 악화를 방지하는 것이다.  질병이란 인체 내외에서의 음양의 부조화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그 치료법은 음양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방법 즉, ‘보강하는 방법’과 ‘덜어주는 방법’으로 양분된다.  보강하는 방법은 정기를 증강시키기 위한 방법이며, 덜어주는 방법은 사기(邪氣: 병균 등 각 종 질병의 원인)를 배제시키는 방법으로 환자의 상태에 따라 위의 두 가지 방법 중 한 가지 또는 두 가지가 적절히 배합·사용된다.

그러나 덜어주는 방법은 인체 내의 정기가 어느 정도 충만되어 있을 경우라야 사용이 가능하므로, 한의학에서의 치료법은 정기를 배양시켜 보강하는 방법이 주가 되며, 덜어주는 방법을 사용할 때에도 대개 정기 배양을 고려한 방법이 사용된다.

이와 같이 병의 치료에 있어 항상 정기를 중심으로 한다는 데에 한의학의 특성이 있다. 보강하는 방법은 약물 치료와 침구·뜸 등 물리적 치료가 모두 사용된다.  약물 치료에서는 인체 기혈의 부족한 기운을 더해 주는 보강 약재를 사용하는데, 이것을 흔히 보약이라고 한다.

그러나 기운을 더해 주는 것이라고 해서 모든 이에게 공통적으로 사용 가능한 것이 아니며, 각 개인의 원기(元氣), 혈(血) 및 음양(陰陽 )의 부족한 면을 뚜렷이 파악한 후에 적절히 보강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하므로, 보약은 세심하고 확실한 진단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정기(正氣)를 중요시하는 관점은 병의 치료뿐만 아니라, 질병이 치료된 후의 섭생(攝生)에도 적용된다.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항상 자기 몸에 관심을 기울이고 적절한 운동과 휴식을 취하며, 자기의 체질과 계절에 맞는 음식물을 알맞게 섭취하여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심리적인 감정 상태를 적절하게 조절하여 치우침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